7.1.1 통계적 의미
기후는 특정 지역에 대해 누년에 걸쳐 관측된 기상요소(meteorological element)의 통계 특성으로 평균과 극값 및 발생빈도를 말한다. 통계적 의미에서 30년 동안의 기상요소에 대한 평균(climatological normal)과 변동성(variability)으로 설명할 수 있다. 월, 계절 및 년 별로 변화하는 기후 값이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시간 규모가 수십 년 이상이어야 한다. 세계 기상기구(WMO)에서 권고하고 있는 기후 표준 평년값(climatological standard normal)은 1931~1960년, 1961~1990년, 1991~2020년과 같이 고정된 30년간의 누년 평균값을 말하고, 임의의 30년간 누년 평균값은 기후 평년값(climatological normal)이라고 한다. 그 밖의 누년 평균값으로, 관측 기록이 없는 해를 제외하고 그 자료 기간이 25년 이상 30년 미만인 경우는 평년값(normal), 자료 기간이 8년 이상 24년 이하인 경우는 준 평년값으로 준하여 사용한다.
7.1.2 기후요소와 기후 인자
기후요소(climatic element)는 기상요소의 장기간 평균 상태를 말한다. 기상요소는 특정 시·공간에서 대기의 상태를 나타내는 요소로 바람, 기온, 기압, 습도, 구름, 강수 및 시정 등이 있으며, 이들 요소는 상호 연관성을 갖고 있다. 기후 인자(climate factors)는 기후 요소의 시, 공간적 분포에 영향을 주어 변화를 야기하는 요인이다. 기후 인자에는 경·위도, 고도, 해·육상 분포, 지형, 해류 및 지표면 구성 등의 지리적인 인자와 기단, 고·저기압, 전선 및 대기의 순환 등 기상학적 인자가 있다.
지구의 표면이 균질한 경우에 기후 지도는 적도를 중심으로 동·서 대칭의 위도 대별 띠가 남·북 방향으로 연속해서 배열된 간단한 패턴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지표면은 균질하지 않고 기후지도의 대칭 패턴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많은 인자가 존재한다. 기후 요소를 변화시키는 주요 지리적 인자들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위도는 지구의 지리적 온도 변화를 가장 크게 발생시키는 기후 인자이다. 지표면에 입사하는 태양의 고도와 복사량 및 주·야간의 길이에 대한 계절적인 변화가 대체로 위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해·육상 분포는 위도 다음으로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기후 인자이다. 해양은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용량이 크기 때문에 느린 속도로 가열 및 냉각되고 수온의 변화도 육지에 비해 작다. 이러한 지표면의 차등 가열은 지구의 기후를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로 대분하는 기초가 되는 동시에, 기압계와 바람 순환 및 계절적 강수 분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산맥과 고지대의 분포는 기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산맥과 아시아의 히말라야 산맥 등과 같은 대규모 산맥은 바람의 이동을 막아주는 장벽의 역할을 하여 풍상 측과 풍하 측의 기후 패턴을 대조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또한 티베트 고원과 같은 고지대는 그 지역 자체의 기후를 생성하기도 한다. 해류는 해양에 접해 있는 대륙의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북반구의 멕시코 만류와 쿠로시오 해류와 같이 저위도에서 고위도를 향해 흐르는 해류는 주변의 기온을 따뜻하게 해 주지만, 고위도에서 저위도를 향하는 캘리포니아 해류 등은 연안의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7.2 기후 시스템
지구의 기후시스템(climate system)은 대기권, 수권, 지권, 빙설권 및 생물권의 5개 권역으로 구성되며, 내부 구성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 태양 복사량의 변화와 같은 외부 강제력, 그리고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 변화와 같은 인위적 강제력에 의해 기상과 기후를 변화시키는 고도로 복잡한 시스템이다.
7.2.1 구성요소
대기권(atmosphere)은 지구의 역사와 함께 진화되어 온 혼합기체가 자체의 중력에 의해 지구의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영역이다. 대기권에서 수평·수직 방향의 에너지 전달 등에 의해 변화가 다양한 권역은 대류권과 성층권이다.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및 오존 등의 온실가스가 건조 대기에서 차지하는 체적은 0.1% 미만이지만 지구복사를 흡수하고 방출함으로써 지구의 에너지 수지에 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층권 하부에 주로 분포된 오존은 자외선을 흡수함으로써 성층권의 복사 평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인체의 건강에 유해한 성분을 차단해 준다. 강력한 온실가스로 체적 비의 변화가 심한 수증기는 고체, 액체 및 기체의 위상 변화를 통해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방출함으로써 기후의 변화에 중심적 역할을 한다.
지권(geosphere)은 암석과 토양으로 이루어진 지구의 표피로, 화성암과 퇴적암 및 변성암으로 이루어진 암석권(lithosphere)을 말하기도 한다. 지권은 태양 복사가 지표면에 도달하는 양상과 지구복사가 대기권으로 방출되는 양을 조절하는 동시에, 지표면의 형상과 식생에 의해 결정되는 거칠기는 대기의 흐름인 바람에 영향을 준다. 증·발산 및 지표면 대기와의 열 교환 등을 통해 지구의 물 순환과정에 영향을 주며, 지권에서 발생하는 화산활동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권(hydrosphere)은 바다, 하천 및 내륙의 담수를 포함하여 지구 표면에 분포된 모든 종류의 물을 포함한다. 지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저장 및 이동시키고, 거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용해 및 축적함으로써 지구의 기후시스템에서 열 저장고 역할을 한다. 해양의 순환은 대기의 순환에 비해 아주 느리지만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동시에 장기간의 시간 규모를 갖는 자연적인 기후변동성(natural climate variability)의 원천이다.
빙설권(cryosphere)은 해빙, 산악 빙하, 영구동토층 및 만년설 등 지구의 표층을 덮은 얼음과 눈의 영역을 말한다. 높은 열용량과 낮은 열전도도 및 입사 태양 복사에 대한 높은 알베도 등은 지구의 기후시스템에 영향을 준다. 방대한 양의 물을 저장하고 있는 빙원의 확장과 축소는 해수면 변화의 잠재적 근원이 된다.
생물권(biosphere)은 대기권과 수권 및 지권 내에서 동물과 식물 등의 유기체가 존재하는 비교적 얇은 층이다. 생물권에서의 물질순환은 대기의 구성성분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온실기체를 흡수하고 방출한다. 해양과 육지의 생물은 온실가스를 흡입하고 방출하는 한편, 광합성 식물인 숲은 상당량의 탄소와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 이처럼 생물권은 탄소순환뿐만 아니라, 메탄 및 질소와 같은 많은 가스의 수지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생물권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화석이나 식물의 나이테 등은 기후변화의 역사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표로부터 과거 기후의 많은 부분을 인지할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