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르신을 돌보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밥 안 먹었는데 왜 안 줘?”
분명 조금 전 식사를 하셨는데도 이런 말씀을 하시면 보호자분들은 당황스럽고 답답하지요.
하지만 이것은 치매에서 흔히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오늘은 치매 어르신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그리고 보호자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지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단기 기억 손상 때문이에요
치매는 ‘최근 기억’부터 흐려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식사를 했다는 것도 방금 일어난 최근의 기억이기 때문에 금세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르신 입장에서는 정말로 밥을 안 먹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2. 시간 감각과 판단 능력의 혼란
치매가 진행되면 시간의 흐름과 상황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방금 전 일과 지금을 구분하지 못해 식사 여부를 혼동하시게 됩니다.
그 결과 “안 먹었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3. 감각은 남고 기억은 사라져요
행동 자체는 잊어버리지만, 배부르다, 목이 메었다, 맛있었다 같은 감각은 잠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감각도 금방 희미해져서, 금세 다시 식사를 요구하시기도 합니다.
4. 관심과 정서적 욕구의 표현
때로는 단순히 배고픔이 아니라, “나를 챙겨 달라”는 마음이 담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식사는 어르신에게 하루 중 큰 즐거움과 안정감을 주는 시간이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원하실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할 수 있는 대응 방법
✔ 공감으로 반응하기
“아까 드셨어요”라고 바로잡기보다는, “아, 배고프시구나. 잠시만요”처럼 공감해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 부담 없는 간식 활용하기
이미 식사를 충분히 하셨다면, 과일이나 차를 드리며 ‘돌봄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 식사 기록 남기기
보호자나 요양보호사가 간단히 기록을 남기면 혼란을 줄이고 체계적인 돌봄이 가능합니다.
치매 어르신이 “밥 안 먹었다”라고 반복하시는 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질환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보호자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어르신을 돌보는 과정도 조금은 덜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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